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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라틴어 수업, 한동일 작가

독서만권

by 지구별 여행자 2021. 1. 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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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들어보는 라틴어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혹은 '시간을 구속하라' 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을 안 것을 오래 전일것이다. 

입에 착 감기면서도 뭔가 그럴듯한 발음, 깊은 뜻이 있어 보임직한, 실제로 또 그 의미를 파악해 보면

인생의 지침이 될만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라틴어.

한번 쯤은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뜩 문뜩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공부의 끝없음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 못한채.

 

최근에 다시 라틴어 라는 언어에 대한 갈증( 알아야 갈증이 있지, 기껏해야 호기심 정도)이 문득 일어

찾아 보다가 만난 책, 라틴어 수업.

저자의 강의와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알고

더욱 저자의 삶에 대한 소개 글들을 읽으면서 꼭 책을 사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히 들어 구입하였다. 

 

책 표지 안쪽면에 있는 소개글에서 저자의 인생이 소위 '만렙'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소개하자면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로타 로마나가 설립한 이래, 700년 역사상 930번째로 선서한 변호인이다."

여기까지만 하자. 더 언급하면 손 아프다. 

저 작은 한문장이 보여주는 파급력은 말로 할 수 없지 않은가?

한국인이 로마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의 변호사라니, 700년동안 배출된 930번째 변호사라니.

그의 실력과 그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그가 치룬 노력의 댓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다. 

소위 엉덩이로 하는 공부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그에 대한 칭찬은 부족해 보인다. 

이렇게 대단한 분이니 그의 책은 큰 울림을 줄만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책은 그 믿음에 배신하지 않고 성실하게 씨줄과 날줄의 글들이 내 마음속에 그리고 머리속에서

때론 강력하게 때론 평온하게 나의 기본적인 사상과 상호작용하여 저자의 인생의 향기를 전달해 주었다. 

 

저자 한동일.

기억해 둘 만한 이름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의 책이 탄생한 배경을 이야기 한다. 

이 책은 2010년 2학기 부터 2016년 1학기 까지 서강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수업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소개한다. 

특별히 그의 수업 첫날에 24명의 학생들은 다음학기 때 67명으로 늘었고, 그 이후부터 200명의 학생들이 고대하는 명강의가 되어 학교를 넘어 타 학교 학생들이 찾아와서 도강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현장에서 직접 저자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저자의 강의실은 마치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이라는 책 속에서 하시모토 선생님의 수업의 한 장면과 오버랩된다. 

하시모토 선생님은 2차 대전 후 나다 고등학교에서  『은수저』 라는 소설을 3년 동안 읽어주면서 책 안에 나오는 일본의 전통놀이들을 실제로 체험하게 하고 전통 과자를 먹게하고, 연놀이를 하게 하는 등의 파격적인 수업으로 그들을 가르친다. 그 결과 그 수업을 들은 아이들은 일본의 각 분야에서 뛰어난 리더로 성장한다. 

기회가 되면 그 책도 소개할 수 있기를... 

 

어쨋던 라틴어 수업에서 학생들은 다만 라틴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로마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탐구의 결과로 나온 촌철살인과 같은 문장들안에 있는 인생의 지혜를 배웠다. 

그렇다. 

이 강의는 라틴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수천년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인생에 대한 강의였던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것인가?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인생에서 성공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등등의 질문들에 대한 

로마 철학자들과 일반인들이 제시한 그들의 답변을 듣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모든 면에서 너무도 빨리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던져 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질문들을 던지고

수천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축적된 답변들을 듣고 

또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저자의 강의에 

수강생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때론 감동의 환희를 만끽하며 격하게 동의하며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였으리라.

 

여기서 배우는 몇가지 라틴어를 복습의 의미에서 나열해 보자

1. 프리마 스콜래 알바 에스테 : 첫 수업은 휴강입니다.

원뜻은 '첫 수업은 희다' 이다. 이 뜻을 설명하고 나서 봄날의 화창한 기운이 있는 캠퍼스의 곳곳에서 아른거리듯 피어오르는 아지랭이를 찾을 때까지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되돌아 보기를 요구한 저자의 센스에 박수를 보냅니다. 

 

2. 논 스콜래, 세드 비때 디쉬무스 :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공부한다. 세네카 라는 철학자가 한 말이랍니다. 

두 문장의 라틴어를 말했는데 벌써 뭔가 고상함이 흐르는 느낌입니다. ㅎㅎ

저자는 이 표현을 들어 현재 한국의 학생들이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 자문하게 합니다. 고등학교에서 익히고 배우는 것이 다만 대학수학능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

생에 대해 알고 삶을 더 넓게 바라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함임을 말합니다. 

 

 

3.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이 말은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지는 말이랍니다. 오늘 내가 관에 실려 무덤으로 오지만 내일 당신의 차례가 될 것이니 당신의 인생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라는 의미랍니다. 한번 시작한 인생은 언젠가 마치게 되는데 인생의 죽음을 맞이할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호디에 미기, 크리스 티비 

 

저도 많지 않지만 가까운 분들의 마지막 입관을 바라보는 고통을 몇차례 겪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갈 수밖에 없는 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사위를 끔직이 챙기셨던 장모님의 입관식이었죠. 

요양병원에 계셨고 건강에 크게 문제 없었는데 제가 일본 출장을 떠난 다음날 갑자기 의식을 잃고서는 의식을 차리지 못했고 제가 4일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날에는 맥박도 비정상적이었고 호흡도 너무 거칠어져 있었습니다. 마치 저를 기다리고 계셨던 모양으로 짐작이 되었어요. 아직도 기억이 선합니다. 차마 고통스런 모습을 더 볼 수 없어서 남은 자식들 걱정 마시고 특히 막내 처남의 형편에 대해 늘 걱정하신 부분이 생각나 막내 처남도 제가 최대한 잘 돌볼테니 편안하게 이 땅의 여정을 마무리 하시라고 귓속말을 전해드렸어요. 그러나 그 동안 거칠었던 장모님의 숨소리가 잦아들고 편안하게 그분의 소풍을 마무리 하셨죠. 저자의 말처럼 돌아가신 분의 기억의 향이 남은 자들에게 남는데 장모님의 향은 천리향으로 여전히 제안에 남아 있습니다. 댁에서 키우던 천리향이 그 꽃을 피우는 봄이면 장모님댁에 그 향이 가득했었죠. 간혹 그 향기를 맛으면 장모님의 기억이 떠 오른답니다. 그 온화하고 인자한 미소가 그리워집니다. 

 

저자의 책은 다양한 자신의 경험과 삶의 체험들을 담고 있습니다.그래서 더 진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또한 간간히 삽입되어 있는 사진들은 로마시대상을 보여주는 자료로 쉬어가는 코스로 사용하도록 배치해 둔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이야기가 큰 울림을 줍니다. 오늘날의 20대 청춘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저자가 인생의 선배로서 던진 위로로 격려를 얻었다는 내용의 편지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들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추운 겨울 따스한 아랫목에서 진한 책한잔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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